진단기록 및 병원검사 후기

유전자 검사, 꼭 받아야 하나요?

신경 섬유종 진단 과정 및 극복 스토리 2025. 5. 22. 08:24

 

– 신경섬유종(NF1) 진단 과정에서 유전자 검사의 의미와 고민

“정확한 진단을 위해 유전자 검사를 추천드립니다.”

병원에서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저는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속으로 수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걸 정말 꼭 받아야 하나?’, ‘검사 비용은 얼마나 하지?’, ‘결과가 나오면 무슨 변화가 있을까?’

신경섬유종 1형(NF1)은 유전성 질환입니다. 하지만 모든 환자가 반드시 유전자 검사를 받는 건 아닙니다. 실제로 저도 병원에서 검사 권유를 받았지만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한동안 고민했습니다.

이 글은 NF1 의심 또는 진단을 받고 유전자 검사를 제안받은 분들께,
제가 직접 겪은 고민과 정보, 그리고 선택의 기준을 공유하기 위해 씁니다.


1. 신경섬유종(NF1)과 유전자 돌연변이

NF1은 17번 염색체 상의 NF1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이 유전자는 '뉴로피브로민(neurofibromin)'이라는 단백질을 만들며, 세포의 성장 조절에 관여합니다. 돌연변이가 생기면 이 단백질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신경세포의 이상 증식으로 결절이 생기거나 피부 반점, 골격 이상 등이 나타납니다.

신경섬유종 1형은 **유전성이 50%**이며, 나머지 50%는 자발적인(산발성)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합니다. 가족력 없이도 진단될 수 있기에, 본인의 유전 변이를 확인하는 것은 향후 경과 예측과 가족계획, 보험, 병역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2. 유전자 검사는 어떻게 진행될까?

▸ 검사 절차

  1. 의사 상담: 유전자 검사 필요성 설명
  2. 동의서 작성: 민감정보 수집 동의
  3. 혈액 채취: 5~10ml 정도 채혈
  4. 분석 위탁: 외부 유전자 검사 기관으로 전달
  5. 결과 통보: 보통 3~5주 소요

▸ 검사 방식

대부분 전장 유전자 시퀀싱(Whole Gene Sequencing) 방식으로 NF1 유전자의 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합니다. 경우에 따라 MLPA(다형성 분석) 등 추가 분석이 병행되기도 합니다.


3. 유전자 검사를 꼭 받아야 하는 이유는?

모든 환자에게 필수는 아니지만, 아래 조건에 해당한다면 의미 있는 검사입니다:

✅ (1) 임상 진단이 애매한 경우

NF1의 진단 기준은 7가지 중 2개 이상 충족 시 진단 가능하지만, 경계선 상태일 경우 유전자 변이 유무가 결정적인 증거가 됩니다.

예시:

  • 밀크커피색 반점은 있으나 결절은 없음
  • 가족력도 없고 안과 검사도 애매한 경우

이럴 땐 유전자의 존재 여부 자체가 진단 기준이 됩니다.


✅ (2) 가족력이 불확실한 경우

부모 중 누가 해당 유전자를 물려줬는지 모르거나, 조부모 세대까지 진단받은 사람이 없을 경우
가계 내 전파 가능성 파악에 필수

또한 형제자매, 향후 자녀에게 유전될 가능성을 알고 싶을 경우, 유전자 검사는 큰 단서가 됩니다.


✅ (3) 병역, 보험, 직업 선택 등에 고려 요소가 있는 경우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면,

  • 병역 신체검사 시 병역 감면 사유
  • 보험 가입 시 기준 질병
  • 일부 직군(항공직, 군, 의료)에서는 검사 기록이 영향을 줄 수 있음

4. 그렇다면 왜 주저하게 될까?

유전자 검사는 분명 유익하지만, 받기를 망설이게 되는 현실적인 이유들도 있습니다.

❌ (1) 검사 비용 부담

병원마다 다르지만 보통 30만 원 내외의 비용이 발생합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일부 환자만 선별 적용되기도 합니다.

게다가 검사 후 결과 해석, 가족 검사 등 추가 비용도 생길 수 있어
검사에 따른 실질적 이득과 비용을 비교하게 됩니다.


❌ (2) 치료 방향이 크게 달라지지 않음

신경섬유종은 완치보다는 경과 관찰 중심인 질환입니다.
따라서 유전자 검사로 진단이 확정되더라도,
“그럼 치료가 바뀌나요?” → 아니요. 대부분의 경우 치료 계획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이 점이 검사 결정을 유보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 (3) 결과 해석의 어려움

모든 유전자 변이가 확실히 'NF1 유발'이라고 단정 지어지지는 않습니다.
변이의 임상적 의미가 불명확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오히려 불확실한 결과가 더 혼란을 줄 수도 있습니다.


5. 저의 선택과 그 이유

저는 병원에서 유전자 검사를 권유받았지만, 초기에는 받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이미 임상 진단 기준을 충족했기 때문에 추가적 판단이 불필요했음
  2. 검사 비용에 대한 부담이 있었고
  3. 당장의 치료 계획에는 영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 가족력 판단
  • 병역 및 보험 이슈
  • 장기적인 병력 관리
    등을 생각한다면 받아두는 것이 좋았을 수도 있다고 느낍니다.

6. 결론: 유전자 검사는 선택이지만, 정보는 힘이다

유전자 검사는 선택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받아야 한다 vs. 안 받아도 된다"는 이분법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닙니다.

✔️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 경우
✔️ 가족력 및 자녀 계획이 고민인 경우
✔️ 사회적 제도(보험, 병역 등)와 관련된 판단이 필요한 경우

이럴 때 유전자 검사는 자기 인생의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는 정보가 됩니다.

저처럼 고민 중인 분이 계시다면,
의사와 충분히 상담하고, 검사의 목적과 기대효과를 따져보면서 결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