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섬유종으로 병원 가면 무슨 검사부터 할까?
“신경섬유종 같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정확한 병명을 들은 것도 처음이었고, 앞으로 어떤 과정을 겪게 될지 몰라서 두려웠습니다. 인터넷을 아무리 찾아도 의학적 정의나 논문성 정보만 있고, ‘병원에서 실제로 무슨 검사를 받는지’ 알려주는 글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신경섬유종(특히 1형, NF1) 의심 소견을 받았을 때 병원에서 어떤 검사들을 받는지, 저의 실제 경험과 의료진의 설명을 토대로 정리하려 합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분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예상할 수 있는 길’을 보여주는 지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첫 방문은 피부과에서 시작
신경섬유종은 대부분 피부 증상이 먼저 드러납니다.
저는 등과 팔에 갈색 반점이 점점 늘어나면서 걱정이 되어 일반 피부과를 방문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반점의 색, 개수, 크기를 살펴보시더니 “이건 혹시 NF1일 수 있다”며 대학병원 피부과로의 전원을 권유하셨습니다.
피부과에서는 주로 다음과 같은 체크리스트를 봅니다.
- 밀크커피색 반점이 6개 이상인가?
- 반점의 직경이 0.5cm 이상인가?
- 피부에 작고 말랑한 결절이 만져지는가?
-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주위에 주근깨 모양의 색소침착이 있는가?
이러한 항목 중 2~3개 이상 해당되면, 정밀검사로 넘어가게 됩니다.
2. 대학병원에서 시작된 진단 여정
저는 이후 대학병원 피부과에서 예약 진료를 받았습니다.
초진 진료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선생님은 이전 병원에서 촬영한 사진도 꼼꼼히 살펴보시고, 제 증상을 기준으로 신경섬유종 1형이 의심된다고 진단하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다음과 같은 검사들이 추천되었습니다:
3. 진단을 위한 핵심 검사 4가지
(1) 전신 시진 및 촉진 검사 (Visual & Physical Exam)
가장 먼저, 피부의 점과 결절을 전신에 걸쳐 확인합니다.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 목, 어깨, 허벅지 등 다양한 부위에 숨겨진 반점이나 결절을 살핍니다.
특이사항:
- 피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결절은 촉진으로만 파악 가능
- 눈꺼풀, 콧망울 주변 등 미세한 부분도 관찰
의사의 설명:
“신경섬유종은 피부에 나타나는 증상이 중심이지만, 내부 신경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 MRI와 같은 영상 촬영이 필요합니다.”
(2) MRI 촬영
검사 목적:
- 신경에 결절(신경섬유종)이나 시신경교종(optic glioma) 유무 확인
- 척수 주변 혹은 뇌에 병변이 있는지 여부 판단
저의 검사 경험:
- 병원에서 MRI 예약은 보통 2~3주 대기
- 검사 시간은 약 30~40분 소요
- 폐쇄형 기계에 들어가 조용히 누운 채 촬영
- 생각보다 기계 소음이 매우 크고, 움직이지 않는 게 중요함
- 검사 직후 별다른 후유증은 없었지만 어지러움이 잠깐 있었음
검사 부위 예시:
- 뇌 (optic nerve, 뇌종양 여부)
- 척수 (경추~요추)
의료비 정보:
건강보험 적용 시 본인 부담 약 6~10만 원 선 (병원마다 상이)
(3) 유전자 검사 (Genetic Testing for NF1 mutation)
신경섬유종은 NF1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유전 질환입니다.
진단이 불확실하거나, 가족력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권장합니다.
검사 방식:
- 혈액 채취 후 정밀 분석 (외주 전문기관으로 의뢰되는 경우 많음)
- 결과까지 약 3~5주 소요
- 민감정보이므로 사전 동의서 작성 필수
제 경우:
“가족 중에 같은 증상이 있는 분은 없어요”라고 말하자, 의사는 “그렇다면 자발성 돌연변이형일 수 있으니 유전자 검사도 추천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검사비가 30만 원 이상 소요되어, 일단 MRI만 받고 유전자는 추후로 미뤘습니다.
(4) 안과 검사 (Lisch nodule 확인)
신경섬유종 환자의 홍채(눈동자)에 생기는 작은 점들을 Lisch 결절이라고 부르며, NF1 진단 기준 중 하나입니다.
검사 방식:
- 세극등 검사(현미경 안과 장비)로 확인
- 통증 없음, 약 10분 소요
- 대부분 대학병원 안과 연계 검사실에서 바로 가능
4. 검사 외에 체크해야 할 것들
▸ 병원 선택
- 피부과 단독 진료보다는 유전의학과, 신경과, 신경외과 등의 협진 가능한 종합병원 추천
- 경과관찰 가능한 병원 시스템 확보 여부 중요
▸ 가족력 확인
- 부모님이나 형제자매의 피부 상태도 미리 확인
- 사진이 있다면 의사에게 보여주면 참고 가능
▸ 건강보험 및 실손보험
- 대부분의 검사(MRI, 유전자 검사 포함)는 건강보험 적용
- 실손보험 청구 시에는 진단서 또는 검사 소견서 확보 필요
5. 결론: 두렵지만, 미리 알면 마음이 편해진다
신경섬유종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무겁고 걱정이 많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검사 하나하나의 목적과 과정을 미리 알고 가면, 막연한 불안이 훨씬 줄어듭니다.
저도 처음 병원을 방문할 때는 공포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지만, 의사의 설명과 검사 진행 과정을 체계적으로 겪으며 마음이 조금씩 안정되었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이 비슷한 상황에 있다면,
“생각보다 하나하나 설명을 잘 듣고 준비하면 감당할 수 있다”고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몸도 마음도 무리하지 마시고, 필요한 만큼 천천히 받아들이시길 바랍니다.
'진단기록 및 병원검사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경섬유종 환자의 일상복지 혜택, 어떤 것이 있을까? (0) | 2025.05.30 |
---|---|
신경섬유종 환자의 안과 검사 : 리쉬 결절 외에 어떤 걸 확인할까? (0) | 2025.05.28 |
MRI 검사 전 알아두면 좋은 5가지 (0) | 2025.05.24 |
유전자 검사, 꼭 받아야 하나요? (0) | 2025.05.22 |
신경섬유종 1형 진단부터 MRI까지, 내 3개월 기록 (0) | 2025.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