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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력 없는 신경섬유종: 자발 돌연변이란 무엇인가?

신경 섬유종 진단 과정 및 극복 스토리 2025. 5. 26. 09:15

 

가족력 없는 신경섬유종: 자발 돌연변이란 무엇인가?

– 유전병인데, 부모는 멀쩡하다면 어떻게 가능한 걸까?

“선생님, 그런데 부모님은 아무 이상이 없거든요. 그런데 왜 제가 이런 병을…”

신경섬유종(NF1) 진단을 처음 받았을 때 가장 많이 드는 의문 중 하나는 바로 **‘가족력’**입니다.
유전성 질환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부모님이나 형제 중 아무도 같은 증상이 없다면
‘혹시 진단이 잘못된 건가?’, ‘내가 입양된 건 아닐까?’ 같은 극단적인 생각까지 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글은 신경섬유종 진단을 받았지만 가족 중 아무도 해당 병력을 갖고 있지 않은 경우,
그 이유가 되는 **‘자발 돌연변이’**에 대해 설명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궁금증과 심리적 혼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글입니다.


1. 신경섬유종(NF1)은 유전성 질환이 맞다

NF1은 17번 염색체에 위치한 ‘NF1 유전자’에 생기는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합니다.
이 유전자는 세포의 성장 조절에 관여하는 ‘뉴로피브로민’ 단백질을 생성하는데,
이 기능이 망가지면 세포가 과도하게 자라 결절이 생기고,
피부 반점, 척추 이상, 시신경 종양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NF1의 유전 방식은 **‘상염색체 우성 유전’**입니다.
→ 즉, 부모 중 한 명이 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으면 50% 확률로 자녀에게 유전됩니다.

그런데…

그렇다면 왜 부모는 멀쩡한데, 나만 신경섬유종이 생긴 걸까?


2. 정답은: ‘자발성(산발성) 돌연변이’ 때문입니다

신경섬유종 환자의 약 50%는 부모에게서 유전된 것이 아닌,
수정란이 형성되는 순간에 발생한 새로운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합니다.

이를 **‘자발 돌연변이(Spontaneous mutation)’ 또는 산발성 돌연변이(De novo mutation)**라고 부릅니다.

즉,

  • 아버지도, 어머니도 NF1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지만
  • 정자와 난자가 결합해 배아가 형성될 때 유전자가 비정상적으로 변형되면서
  • 나만 새롭게 NF1 유전자를 갖게 된 것입니다.

이건 드문 일이지만, 결코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3.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 현상일까?

NF1은 약 3,000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며,
그중 절반(50%)은 자발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합니다.

이처럼 자발 돌연변이가 흔한 이유는
NF1 유전자가 굉장히 길고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 길수록 복제 오류가 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정상적인 부모에게서도 유전자 복제 과정에서 실수로 새로운 변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4. 자발 돌연변이도 유전될 수 있을까?

정답은: 예, 그 이후로는 유전될 수 있습니다.

자발 돌연변이로 NF1 유전자를 가진 채 태어난 사람은
→ 이후 자녀를 낳을 경우 50% 확률로 해당 유전자를 물려줄 수 있습니다.

즉,

  • 내가 돌연변이 1세대라면,
  • 내 자녀부터는 ‘가족력 있는 NF1 환자’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자녀 계획이 있다면 유전상담이 꼭 필요하며,
→ 임신 전 유전자 검사 및 가족력 분석을 진행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5. ‘돌연변이’라는 말이 주는 심리적 충격

“나는 왜 평범하지 않은 걸까?”, “내 몸이 이상하게 태어난 건가?”
이런 생각은 진단 직후 누구나 품는 감정입니다.

특히 ‘돌연변이’라는 단어는 마치 ‘비정상’, ‘결함’, ‘실패’ 같은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유전학에서는 돌연변이는 단지 유전자 배열의 변화일 뿐,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도의적 비난을 받을 이유도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참고로, 모든 인간은 평균적으로 100~200개의 유전자 변이를 갖고 태어납니다.
→ 그중 대부분은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 드물게 기능성 유전자에 영향을 주면 질환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6. 가족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가족력 없이 신경섬유종을 진단받은 뒤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는 가족에게 이 사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추천하는 전달 방식:

  • 과학적인 구조로 설명하기
    “이 병은 유전 질환이긴 한데, 제 경우는 돌연변이로 생긴 거래요. 부모님이나 가족 잘못은 아니에요.”
  • 자책하지 않도록 도와주기
    “이런 경우 전체 환자의 절반이에요. 특별히 드문 것도 아니고, 누구 탓도 아니에요.”
  • 필요한 정보만 간단하게
    “혹시 유전적 가능성은 있다니까, 저도 상담 받아보려고 해요. 너무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이런 방식으로 대화하면 가족들도 당황하거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지지해줄 수 있습니다.


7. 유전상담은 어떻게 받는가?

자발 돌연변이 환자라면, 유전상담은 선택이 아닌 ‘필요’에 가깝습니다.

상담 대상자:

  • 본인
  • 결혼 예정자
  • 자녀를 계획 중인 부부

상담 진행 병원:

  • 대학병원 유전의학과
  • 희귀질환 전문센터
  • 일부 대형 산부인과 병원

진행 내용:

  • 가족력 조사
  • 유전자 검사 결과 해석
  •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 분석
  • 향후 의료/사회적 계획 수립 조언

8. 결론: 가족력이 없다고 해서 틀린 진단은 아니다

신경섬유종은 분명 유전병입니다.
하지만 가족력이 없다고 해서 진단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자발 돌연변이는 매우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현상이고,
전 세계 수많은 NF1 환자들이 가족력 없이 처음으로 진단받은 사례입니다.

우리는 그저 조금 더 유전자의 다양성을 경험한 사람들일 뿐,
비정상도, 실패도 아닙니다.

이 글이 같은 질문을 품은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이해와 안정을 가져다주길 바랍니다.